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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matics/Geometry

평행선의 성질

by zxcvber 2021. 5. 5.

지난주, 동생이 내게 질문했다.

형, 엇각이 같으면 두 직선이 평행해?

당연하다. 중학교 때 그렇게 배웠으니까. 하지만 다음 질문은 며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왜?

...... 기억이 안 난다. 이유를 배우긴 했나?


이 글에서는 다음을 논증 기하의 방식으로 밝히고자 한다.

직선 \(l\) 이 두 직선 \(m, n\) 과 각각 한 점에서 만날 때,
(1) \(m \parallel n\) 일 필요충분조건은 동위각이 같은 것이다.
(2) \(m \parallel n\) 일 필요충분조건은 엇각이 같은 것이다.

우선 둘 중 하나가 참이면 나머지 하나는 맞꼭지각의 성질에 의해 자동으로 참이다.

조금 찾아보니, 굉장히 직관에 의존하는 설명들이 많았다. 겹치면 포개진다, 평행하니까 당연히 각이 같을 것이다, 동위각이 같으니 두 직선이 같은 방향으로 뻗어있고 만나지 않으므로 평행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증명이 적혀있는 글을 찾아도 이 증명이 순환 논증이 아닌지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유클리드의 원론을 펴게 되었다. 증명하려는 명제는 책의 앞 부분에 있으니 (명제 27 ~ 29) 앞에서부터 명제 하나씩 격파해 나가기로 했다.


Elements Book 1: Fundamentals of Plane Geometry Involving Straight Lines

제목이 너무 웅장하다. 평면 기하의 기본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Definitions

첫 페이지에는 각 종 정의들이 등장한다. 늘 그렇듯, 정의부터 시작한다. 점, 선, 면, 각, 예각, 직각, 둔각, 수직, 원, 지름, 반원, 다각형, 정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직각삼각형,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 평행사변형, 평행선에 대한 정의가 적혀있다.

정의 1.23. Parallel lines are straight-lines which, being in the same plane, and being produced to infinity in each direction, meet with one another in neither (of these directions).

두 직선을 무한히 연장했을 때 어느 쪽에서도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Postulates

그 다음으로는 5개의 공준이 나온다. 참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내용들이다. 이 글에서는 5 공준인 평행선 공준만 살펴본다.

공준 5. If a straight-line falling across two (other) straight-lines makes internal angles on the same side (of itself whose sum is) less than two right-angles, then the two (other) straight-lines, being produced to infinity, meet on that side (of the original straight-line) that the (sum of the internal angles) is less than two right-angles (and do not meet on the other side).

한 직선이 두 직선을 지날 때 생기는 동측 내각의 합이 2직각 (180도) 보다 작으면, (두 동측 내각 중 합이 180도보다 작은 쪽으로) 두 직선을 무한히 연장했을 때 만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연장하면 만나지 않는다)

평행선 공준은 우리가 평면 기하를 다루고 있음을 암시한다. 곡면에서는 참이 아니다.

참고로 중학교 교육 과정에는 동측 내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고 참고서에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측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과 두 직선이 평행한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배우긴 하는데, 해당 내용은 평행선 공준에서 참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잠깐! 동측 내각의 합이 180도이면 평행하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동위각/엇각의 경우도 증명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직선에 각이 2개 있으면 합이 2직각 인지 아직 모른다.

애초에 각을 재는 방법 (호도법/육십분법)과 무관하게 정의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책에서도 90도라는 '값'보다는 직각이라는 '개념', 직각이 가지는 성질들을 사용하고 있다.

Common Notions

그 다음 내용은 '상식'(?) 이다.

  • 등호(=)의 transitivity. 같은 것은 같다
  • 등식의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하거나 빼도 등식은 성립한다.
  • Things coinciding with one another are equal to another (겹쳐지는 것은 같다)
  •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특별히 이상한 내용은 없다. 이제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Propositions

앞부분은 중학교 기하에서 다루는 부분이다. 중학교 때는 증명하지 않았던 내용도 증명이 되어있다!

평행선의 성질을 증명하는데 필요한 부분은 볼드체로 표시했으며, 명제 1.31 까지를 간략하게 서술했다.

  • 명제 1.1: 정삼각형의 작도
  • 명제 1.2: 선분의 길이를 옮길 수 있다.
  • 명제 1.3: 선분의 길이의 차를 작도할 수 있다.
  • 명제 1.4: SAS 합동 조건
  • 명제 1.5: 이등변 삼각형의 성질 (밑각의 크기가 같다)
  • 명제 1.6: 밑각의 크기가 같으면 이등변 삼각형이다. (1.5의 역)
  • 명제 1.7: SSS 결정 조건 (주어진 3개의 길이를 갖는 삼각형은 존재하면 유일하다)
  • 명제 1.8: SSS 합동 조건
  • 명제 1.9: 각의 이등분선의 작도
  • 명제 1.10: 선분의 중점의 작도
  • 명제 1.11: 직선 위의 점에서 수선의 작도
  • 명제 1.12: 직선 밖의 한 점에서 직선 위의 수선의 발 작도
  • 명제 1.13: 두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나 이루는 두 각의 크기의 합은 2직각이다. (직선은 2직각이다)
  • 명제 1.14: 2직각은 직선이 된다.
  • 명제 1.15: 맞꼭지각의 성질
  • 명제 1.16: 삼각형의 한 외각은 (외각에 대응하는 내각이 아닌) 다른 두 내각보다 크다.
  • 명제 1.17: 삼각형의 임의의 두 각의 합은 2직각보다 작다.
  • 명제 1.18: 더 긴 변의 대각이 더 크다.
  • 명제 1.19: 더 큰 각의 대변이 더 길다.
  • 명제 1.20: 삼각부등식 (두 변의 길이의 합은 나머지 한 변보다 크다)
  • 명제 1.21: 삼각형 내부의 점을 밑변의 양 끝과 연결하여 생기는 각의 크기는 꼭지각보다 크다. 또 연결한 변의 길이의 합은 밑변이 아닌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작다.
  • 명제 1.22: 세 변의 길이가 주어질 때 삼각형의 작도
  • 명제 1.23: 주어진 각과 크기가 같은 각을 작도하는 방법
  • 명제 1.24: 삼각형에서 두 쌍의 변의 길이가 같을 때, 끼인각이 크면 나머지 변의 길이도 더 길다.
  • 명제 1.25: 삼각형에서 두 쌍의 변의 길이가 같을 때, 나머지 변의 길이가 길면 끼인각이 더 크다.
  • 명제 1.26: ASA 합동 조건 (AAS/SAA 합동 조건)
  • 명제 1.27: 엇각이 같으면 평행하다.
  • 명제 1.28: 동위각이 같으면 평행하다. 동측 내각의 합이 2직각이면 평행하다.
  • 명제 1.29: 평행하면 동위각, 엇각의 크기가 같고 동측 내각의 합이 2직각이다.
  • 명제 1.30: '평행'의 transitivity
  • 명제 1.31: 평행선의 작도
  • 명제 1.32: 삼각형에서 외각은 다른 두 내각의 크기의 합과 같다. 따라서 삼각형의 내각의 크기 합은 2직각이다.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필요하다. 명제 1.12 까지는 받아들이고, 명제 1.13 부터 증명을 기록하려고 한다.


기하 증명은 알파벳이 많아 증명을 보다가 그림을 보다가 왔다 갔다 해야 해서 어지럽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건너뛰어도 좋다.

명제 1.13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13

직선 \(CD\) 위에 직선 \(AB\) 가 있어 각 \(\angle ABC, \angle ABD\) 가 생긴다고 하자. 이 두 각의 합이 2직각임을 보이려고 한다.

만약 \(\angle ABC = \angle ABD\) 라고 하면 두 각 모두 직각이므로 (정의 1.10, 직각) 합이 2직각이 된다. 한편, 두 각이 다르다고 가정하면 점 \(B\) 에서 \(CD\) 에 수직인 직선을 작도한다. (명제 1.11) 그러면 \(\angle EBD, \angle EBC\) 는 직각이다.

\(\angle EBC = \angle ABC + \angle ABE\) 이므로 양변에 \(\angle EBD\) 를 더하면 \(\angle EBC + \angle EBD = \angle ABC + \angle ABE + \angle EBD\) 이다. 한편, \(\angle ABD = \angle ABE + \angle DBE\) 이므로 양변에 \(\angle ABC\) 를 더하면 \(\angle ABD + \angle ABC = \angle ABE + \angle DBE + \angle ABC\) 가 된다.

따라서 \(\angle EBC + \angle EBD = \angle ABC + \angle ABE + \angle EBD = \angle ABD + \angle ABC\) 이고 \(\angle EBC + \angle EBD\) 는 2직각이므로 \(\angle ABD + \angle ABC\) 또한 2직각이다.

명제 1.15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15

명제 1.13에 의해 \(\angle AEC + \angle CEB\), \(\angle AED + \angle AEC\) 는 모두 2직각이다. 따라서 각각에서 \(\angle AEC\) 를 빼면 \(\angle CEB = \angle AED \) 가 되어 맞꼭지각의 크기는 같다.

명제 1.16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16

삼각형 \(ABC\) 가 주어져 있고, \(BC\) 를 연장하여 \(D\) 를 얻는다. \(AC\) 의 중점을 \(E\) 라 하고 (명제 1.10) \(BE\) 를 연장하되, \(BE=EF\) 가 되도록 \(F\) 를 잡는다. (명제 1.3 - \(BE\) 를 연장하여 \(E\) 로부터 \(BE\) 길이 만큼만 빼내는 것) 또 \(FC\) 를 연결하고, \(AC\) 를 연장하여 \(G\) 를 얻는다.

여기서 \(AE=CE\), \(BE=FE\), \(\angle AEB = \angle CEF\) (명제 1.15) 이므로 \(\triangle AEB \equiv \triangle CEF\) (SAS 합동) (명제 1.4) 이다. 따라서 \(\angle BAE = \angle FCE\) 이고, \(\angle FCE\) 는 \(\angle ACD\) 의 부분이므로 더 작다. 따라서 \(\angle AEB < \angle ACD \) 이다.

위 과정을 \(BC\) 에 대해서 반복하면 \(\angle ABC < \angle BCG = \angle ACD\) 임을 알 수 있다. (명제 1.15)


드디어 평행선의 성질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명제 1.27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27

만약 엇각의 크기가 같아 \(\angle AEF = \angle EFD\) 인데 \(AB \nparallel CD\) 라고 하자. 그러면 두 직선을 무한히 연장하면 어디선가 만나야 한다. (정의 1.23, 평행선) \(B, D\) 쪽으로 연장했을 때 만나는 점을 \(G\) 라 하면, 삼각형 \(EFG\) 에서 외각 \(\angle AEF\) 과 내각 \(\angle EFD\) 가 같아진다. 이는 불가능하다. (명제 1.16) 마찬가지로 \(A, C\) 쪽으로 연장해서 만나는 경우에도 두 직선이 만날 수 없음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AB \parallel CD\) 이다.

명제 1.28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28

(1) 동위각이 같으면 평행하다.
\(\angle EGB = \angle AGH\) 이므로 (명제 1.15), 엇각이 같아 \(AB \parallel CD\) 이다. (명제 1.27)

(2) 동측 내각의 합이 2직각이면 평행하다.
\(\angle BGH + \angle GHD\) 가 2직각이고, \(\angle AGH + \angle BGH\) 도 2직각이므로 (명제 1.13) 공통인 \(\angle BGH\) 를 빼면 \(\angle AGH = \angle GHD\) 가 되어 엇각이 같으므로 \(AB \parallel CD\) 이다. (명제 1.27)

명제 1.29의 증명

Figure for Proposition 1.29. 1.28 Figure 와 같지만 편의상 넣는다.

(1) 평행하면 엇각이 같다.
만약 엇각이 같지 않다고 하자. 그러면 \(\angle AGH, \angle GHD\) 중 하나는 다른 하나보다 크다. 일반성을 잃지 않고 \(\angle AGH > \angle GHD\) 라 하자. 양변에 \(\angle BGH\) 를 더하면 \(\angle AGH + \angle BGH > \angle GHD + \angle BGH\) 이고 \(\angle AGH + BGH\) 는 명제 1.13 에 의해 2직각이다. 그러므로 \(\angle GHD + \angle BGH\) 는 2직각보다 작으므로 평행선 공준에 의해 \(AB \nparallel CD\) 가 되어 가정에 모순이다.

(2) 평행하면 동위각이 같다.
(1)에 의해 엇각이 같으므로, 맞꼭지각의 성질에 의해 (명제 1.15) 동위각이 같다.

(3) 평행하면 동측 내각의 합은 2직각이다.
(2)에 의해 \(\angle EGB = \angle GHD\) 이므로 양변에 \(\angle BGH\) 를 더한다. 그러면 명제 1.13 에 의해 \(\angle EGB + \angle BGH\) 는 2직각이다. 따라서 \(\angle GHD + \angle BGH\) 는 2직각이다.

마지막으로 평행선의 성질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명제 1.32 만 증명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교과서에서 많이 본 그 증명이다!

명제 1.32의 증명 (삼각형 외각의 성질)

Figure for Proposition 1.32

삼각형 \(ABC\) 가 주어져 있고, \(BC\) 를 연장하여 \(D\) 를 얻고, \(C\) 에서 \(AB \parallel EC\) 가 되도록 점 \(E\) 를 잡는다. (명제 1.31, 평행선의 작도 - 동위각/엇각이 같으면 평행하므로 명제 1.23을 이용해 각을 복사한다!) 그러면 명제 1.29에 의해 엇각과 동위각이 같으므로 \(\angle BAC = \angle ACE\), \(\angle ABC = \angle ECD\) 이다.

따라서 \(\angle ACD = \angle ACE + \angle ECD = \angle BAC + \angle ABC\) 이므로 삼각형의 한 외각은 다른 두 내각의 크기 합과 같다.

이제 명제 1.13 을 이용하면 \(\angle ACB + \angle ACD\) 는 2직각임을 알 수 있고, 외각은 다른 두 내각의 크기 합이므로 삼각형 세 내각의 크기 합은 2직각임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원하는 결론을 얻었다! 순환 논증 없이 평행선의 성질을 증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빌드업이 필요했다. 다른 방법도 분명 있겠지만, 중학교 때 증명하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이 신선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삼각형의 결정 조건을 배우고 나서 합동 조건을 배운다. 논리는 유일하게 결정되니까 합동일 수밖에 없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원론>에서는 SAS 합동 조건이 먼저 나오고 이등변 삼각형의 성질을 증명한 뒤 나머지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심지어 중학교 때 이등변 삼각형의 성질은 2학년 때 배운 것 같다 - 작도와 합동은 1학년, 삼각형의 성질은 2학년 내용) 그저 이렇게도 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왜 평행선의 성질의 증명을 모르고 있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어려운 내용은 아닐지라도 증명까지의 과정이 조금 험난했다. 간단한 질문임에도 질문해서 이런 고민을 할 기회를 제공해준 동생에게 매우 고맙다.

참고문헌

[1] Fitzpatrick, Richard. Euclid’s elements of geometry. Euclidis Elementa,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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