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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Piano

Chopin: Scherzo No.2 in B♭ minor / 연주회 후기

by zxcvber 2021. 5. 23.

등록해서 다니고 있는 피아노 연습실에서 얼마 전에 소규모로 연주회를 하게 되었다. 연주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선곡하고, 연습하고, 또 연주를 마친 그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쉽게 찾아오지 않을 기회이자 가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부 포함하여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Behind Story

5월에 연주회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아마 2~3월쯤에 들었던 것 같다. 그때는 사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5월이 되어버렸고,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5월 12일, 연습실 단톡 방에 연주회를 할 예정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를 보고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갈등했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겠지 싶어서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연주자 신청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연주회 날짜는 5월 16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연주회 준비 시간이 단 4일이 주어졌다. 이 시간 동안 연주할 곡을 골라야 했고, 관객 분들께 '듣기 좋은 음악'이 되도록 곡을 연습해서 다듬어야 했다.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식사 시간에도 내가 그동안 어떤 곡들을 쳐왔나 다시 훑어보며 칠만 한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고민 끝에 내렸던 결론은 와이만의 은파나 쇼팽의 녹턴 Op. 9 No. 2 이었는데, 그래도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원장님께서 연주할 곡을 알려달라고 하셨지만 '혹시 당일 공개는 안 되나요?'라고 하며 결정을 많이 미뤘다.

친한 친구에게 내 상황을 얘기했더니 아주 현명한 답변을 해줬다. 친구의 결론은 '하고 싶은 곡을 해라'였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하고 싶은 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이라는 나에겐 너무 과분한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솔직히 이 곡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자신은 없었고, 레슨을 따로 받지 않고 혼자 연습한 곡이다 보니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며칠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했다. 연주회는 일요일이었는데, 목요일 밤, 금요일 저녁, 그리고 토요일 오후를 풀로 연습했던 것 같다. 금/토는 주말이니 집에 엄청 늦게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스케르초 2번을 치겠다고 결정은 내가 했지만, 연습을 해도 계속 틀리고 내가 원하는 소리는 나지 않는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으니 자신감은 계속 사라져 갔다. (마치 시험을 앞둔 사람처럼...) 연주회 당일에는 거의 해탈하고 실전에서 그저 심각하게 틀리지 않기만을 바라기로 했다.

하지만 중간에 좀 큰 실수를 했다. 양손 둘 다 멈췄고, 어떻게 계속 쳐보려고 했는데도 연주 도중에 왼손이 갈 곳을 잃고 이상한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잘 안 외워지는 부분이었는데...) 그래도 음악을 끊을 수는 없어서 오른손은 계속 제대로 누르고 있었고, 해당 phrase 가 끝난 뒤에는 다시 제 위치를 찾아 왼손도 다시 악보대로 건반을 눌렀다.

돌이켜 보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랜드 피아노 의자에 앉기 전까지는 '음악에 집중하면 긴장 안 하고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앉아서 연주를 하다 보니 틀리는 부분이 생겼고 그럴 때마다 집중할 수 없게 됐고 불안감에 휩싸여서 더욱 긴장하고 더 틀렸던 것 같다.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나는 긴장하면 오른쪽 다리가 떨려서 페달을 잘 누를 수 없게 되더라. 연주 중에도 같은 현상을 겪어서 차분함을 잃고 굉장히 불안정하게 연주했던 것 같다.

그래도 끝은 봐야 하니까, 마지막까지 계속 달렸고, 다행히 마무리는 그럭저럭 한 것 같다. 마지막 음을 누르고 나니, 이제 끝났다는 해방감과 함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연습할 때보다 덜 완성된 연주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하고 싶었다. ㅠㅠ 다음번에도 기회가 생긴다면, 더 완성도 높은 연주를 보여주고 싶다.

연주 감상

다른 피아노 연주자 분은 두 분이 더 계셨는데, 한 분은 쇼팽 발라드 1번을 멋지게 연주해 주시며 연주회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셨다. 엄청난 노력파이신데, 꽂히면 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신다는 끈기가 매우 본받고 싶은 분이다. 10분이라는 긴 길이 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짧게 느껴졌다. 또 연주회 당일에 그랜드 피아노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낮은 D 음이 살살 누르면 소리가 안 났다. 발라드 1번에서 표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음임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해 주셨고 듣는 동안 적어도 나는 매우 행복했다. 테크닉도 상당히 좋으셔서 아름다웠던 곡이다. 라이브로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은 곡이다. 그저 감사할 뿐이고, 박수만 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분께서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7번까지 준비해주셨다. 감상하면서 정말 매료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각 곡마다 분위기가 바뀌는데도 다양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습하실 때 엄청 신경 써서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색이 듣기 편안했고 마치 유튜브에 있는 전공자들의 영상을 실제로 보고 듣는 듯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다양한 분위기의 곡을 잘 소화하시는 분이었다. 연주회 끝나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악장을 연주해 주셨는데 Grave 부분에서의 무겁고 장엄한 분위기도 잘 표현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나는 빠르고 화려한 곡을 다른 곡들에 비해 잘 치는 것 같은데,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잘 표현하신다는 점도 본받고 싶었다.
두 번째 곡으로는 플라워댄스를 준비해 주셨는데 들으면서 플라워댄스가 원래 이런 곡이었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화려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뉴에이지까지도 잘 해내시는 모습을 보며 연습하시는 곡들의 스펙트럼이 넓으신 분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주로 치는 곡들이 체르니 연습곡이나 쇼팽이다 보니 스펙트럼이 좁은 편이어서 그런 부분을 본받고 싶었다.

다른 분들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이 주는 가슴속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었다. 이 두 연주자 분들과 더욱 친해지고 가깝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더 생겼으면 좋겠지만 사실 모두 바쁘신 분들이다 ㅎㅎ.

감사한 분들

우선 최근 몇 달간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혼자 연습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많이 잡아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고, 이 곡을 끝까지 연주할 수 있던 것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라고 생각한다.

또 다급한 일정 속에서도 연주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다른 두 분의 피아노 연주자 분들께도 매우 감사드리며, 존경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 (두 분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연주회를 기획해주신 원장님과, 사진/영상 촬영, 음향, ppt 등 원활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실장님과 관계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멋진 사진도 남기고,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경험을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 특별히 조언해준 오랜 친구와, 개인적으로 응원해주신 회사 분들, 또 초대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연주 영상

하필 내가 연주할 때, 영상을 촬영하던 DSLR 의 배터리가 부족해져서 내 영상은 끊기고 말았다. ㅠㅠ 다행히 실장님께서 휴대폰으로 뒷부분을 촬영해 주시긴 했지만, 중간 몇 마디가 유실된 것이 조금 아쉽다. 풀 영상은 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찍을 예정이다.


이하의 내용은 스케르초 2번을 내가 연습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내용이다. (전공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므로 매우 주관적입니다)

곡을 접하게 된 계기

원래는 쇼팽의 연습곡 Op. 10 No. 4 (흔히 추격이라 불리는 곡)을 배우려고 했는데, 유튜브에서 쇼팽 작품을 자꾸 듣다 보니 알고리즘이 나에게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의 스케르초 2번을 추천해줘서 듣게 되었다. 궁금하니까 악보 한 번 봐야지~ 하면서 악보를 봤는데 너무 어려워 보여서 이걸 내가 어떻게 쳐 ㅋㅋ 하면서 잠시 접어뒀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 곡을 계속 작업용 BGM 으로 사용하다 보니,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서 '아 이러지 말고 한 번 도전해 보자'라는 마인드로 시작하게 되었다.

험난한 연습

기본기가 많이 부족한 탓에,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곡 자체가 재미있고 아름다워서 견뎌내지 않았나 싶다.

스케르초 (Scherzo)란 단어 본래의 뜻은 joke, jest (농담) 인데, 첫 부분의 '드르르륵'은 알 수 없는 코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다. (굳이, 정말 굳이 따지자면 B♭m M7 ???) 4번 등장하는데 전부 옆에서 장난을 거는 느낌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받아치는 부분은 전부 다른 느낌이다. 마지막에는 화나서 그만 하라는 느낌?

참고로 저 '드르르륵' 부분은 업라이트에서 연습하다가 그랜드에서 해봤을 때 소리가 너무 좋아서 엄청난 사이다를 느꼈었다. ㅋㅋㅋ

A: 야! 야! / B: 응? 왜 불러?

빨간 박스 부분에서 B♭ 를 크게 누르고 도약해서 다음 음을 눌러야 하는데, 처음 연습할 때는 왼손 다섯 개 건반 위로 손이 바로 안 가서 슬펐다. 몇 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갔고, 웅장한 부분이다 보니 정확하게 누르면 기분이 좋다!

아르페지오는 어려워

그다음으로는 D♭sus2 (???) 형태로 아르페지오가 나오는데, 이 부분부터 B♭ minor 같지 않은 느낌이 난다. 틀리지 않고 치면 무척 아름다운 부분이지만, 나는 아르페지오를 잘 못 친다... 또 상승-하강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그 느낌을 내는 게 굉장히 어렵다. 아직도 잘 못하겠다.

다음 부분은 con anima - 영혼을 가지고, 생기 있고 활기 있게 연주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주할 때마다 진짜 영혼을 담아 노래하듯이 연주하고 싶지만 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내 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낀다. 왼손을 최대한 줄이려고 많이 신경을 썼는데도, 왼손이 너무 크게 들릴 때가 많았다. 그리고 손이 작다 보니 마디의 첫 음을 누르고 살짝 뛰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음이 고르게 들리지 않고 흔들렸다.

아름다운 노래가 끝나면 화려한 상승 음계가 나온다. 쇼팽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내 손은 작으므로 정확한 타건이 어려웠고, 왼손의 D♭ 과 A♭ 을 정확하게 누르는 것도 힘들었다.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오른손이 바빠서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마지막은 4단 D♭ 으로 깔끔하게 끝난다. 아무리 들어도 장조 같다.

다음 부분은 처음과 유사하게 반복되는데 quintuplet (5-잇단음표?) 과 quadruplet (4-잇단음표?) 이 나오는 부분이 좀 달랐고, 그 부분은 박자 잡기가 어려워서 그냥 루바토 하기로 했다.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어보니 그렇더라...)

그리고 잘못 누르면 바로 티 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ㅋㅋㅋ (이건 쇼팽 곡들이 모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화려한 상승 음계가 끝나고 sostenuto 부분으로 넘어간다. A 장조로 바뀐다.

웅장하게 시작해서 활기찬 (con anima) 선율을 지나 화려한 음계를 넘어, 보다 서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도 노래하는 것처럼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살짝 트릴이 들어갈 때마다 악센트가 들어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왼손의 슬러를 잘 지키는 것도 어려웠다.

색칠하고 보니 산만하네...

여기도 각 선율이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머리: 자 봤지! 해봐! / 손: ㅠㅠ) 오른손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고, 왼손은 첫 음들이 선율을 이루고 있었다. 파란색으로 칠한 부분은 좀 작게 쳤어야 했고 연두색이 잘 들렸어야 했는데!!! 지시는 분명 espress. (expressive) 인데...

다음 부분은 이 곡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지만, 첫 번째 난관이었다. 

아름다움 그 자체

오른손이 하필 내가 약한 아르페지오 느낌이다 보니 처음 연습할 때 너무 어려워서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치고 싶었기에, 이 부분은 엄청 중요하니까 한 음이라도 틀리지 않을 때까지 하겠다는 엄격한 마인드로 연습했다. 많이 틀려서 수십 번 하고 나니 그나마 좀 들어줄 만한 정도가 됐다. 그런데 정작 연주회 할 때는 틀렸다...

지시는 leggiero - 경쾌하게 인데, 내가 치면 경쾌하지 않다. 1번 손가락으로 치는 음들에 전부 악센트가 들어가고, 4번 손가락은 힘이 약해서 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그러다 보니 1번 손가락으로 누르는 음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렸다. 소리가 고르게 들리는 게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아르페지오를 더 연습하고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왼손의 선율이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노란색 F♯-G♯-F♯-G♯-E 부분에서 크레센도를 잘 표현하는 것도 왼손의 4, 5번 손가락이라 어려웠다. A-C 로 이어지는 옥타브도 잘 들리고 2분음표를 충분히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반복이 나오는데, 반복이 끝나고 1마디를 쉬었다가 변화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너무 어려워...

이 곡 전체에서 가장 연습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이 3줄만 며칠을 연습했어서, 스트레스받기도 했었고 여기까지 치고 한동안 악보를 쳐다보지 않았다...

오른손 1번 손가락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고, 4번은 잘 안 들렸고, 이음줄을 지키지 못했다. 1번이 4번 손가락 아래로 넘어가면서 건반 몇 개 너머를 짚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B♭-E-A-G(4번)-B♭(1번) 이 부분에서 A-G 가 5-4 라서 음이 자주 뭉치기도 했다.

왼손은 또 왼손대로 문제였는데, 오른손이 바쁘다 보니 도약하면서 잘못짚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왼손 신경 쓰면 오른손이 꼬였다... sempre f (항상 f) 이다 보니 왼손이 들리면서도 오른손이 명확하게 잘 들렸어야 했는데 오른손이 상대적으로 묻혀버리게 되었다. 아쉽다...

다음 부분은 연주회 때 잠시 멈췄고 왼손이 길을 잃었던 부분이다.

외우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이 외우기 굉장히 힘들었던 부분이었는데, 그나마 왼손 첫 박자들이 선율이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외울 수 있었다. 그랬는데 실전에선 틀렸고 왼손이 갈 길을 잃어버렸다. ㅋㅋㅋㅋ

지시가 agitato (급하게, 격하게, 급속히) 인데, 확실히 감정이 격해지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다. 불안감이 조금씩 쌓여가는 그런 느낌? 

그다음 부분에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Esus2 (??) 음계에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상승-하강이 반복되면서 감정의 상태가 계속 고조되는 것을 잘 표현하고 싶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마지막 상승-하강의 가장 높은 E♭ 까지 끌고 가는 감정 상태와 ffz 에서 절정을 확실하게 찍어주는 것 같다. 

색칠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불안감이 해소되고 con fuoco - 열정적인 느낌이다. 왼손 첫 박자의 음이 하강하는 것도 아주 매력적이다. 여기서부터 calando (점점 느리고 사라지듯이) 부분까지는 단조의 느낌이 난다.

poco a poco decresc. 와 sempre dimin., 그리고 calando 와 마지막의 smorz. (점점 사라져 가듯이) 를 잘 표현하지 못했어서 아쉽다...

여담이지만, 이 부분을 외우기 위해서 E-F-A♭-G♭-F 와 B-C-E♭-D♭-C 를 어느 순서로 몇 번씩 쳐야 하는지 기억해 뒀다가 연주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센다...

좀 감정 상태를 가라앉히고 나니 옆에서 또 장난을 걸어온다. sotto voce (조용하고 약한 소리로) 라고 되어있는데 마치 장난 잔뜩 쳐놓고 상대방이 좀 괜찮아 보이니까 다시 간좀 볼까 하고 건드는 느낌이었다.

추가로, 이 부분은 앞부분과는 다르게 마지막 음을 길게 끌어줘야 했다.

붙임줄 유의

그다음에는 앞부분의 노래하는 부분이 반복되는데, 예상과는 달리 B♭ 옥타브가 나오지 않고 D♭ 이 나오며 분위기가 점점 끝을 향해 가는 것처럼 고조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의 왼손은 아무런 규칙을 찾지 못해 그냥 외워야 해서 외우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끝음은 앞부분과 같고, 화려한 상승 음계가 다시 나온다.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상승 음계의 끝에서 갑자기 A 장조로 바뀌더니 하강하는 음계가 나온다.

왼손 선율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오른손도 2분음표에 4분음표가 연결되어 있어 뒤 4분음표가 상당히 짧게 느껴지는데 장난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바~보 혹은 메~롱 하는 느낌?

그리고 다시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진다 (poco a poco cresc.)

크레센도인 데다가 오른손 음들도 조금씩 바뀌면서 올라가다 보니 상승하는 느낌이 확실히 들고 마지막 D♭ 화음에서 해소되는 느낌(??) 표현력이 부족해서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외우기는 쉬웠는데 왼손이 빠르게 도약해야 하고 오른손도 정확한 음을 짚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다음은 Piu mosso. 보다 빠르게 연주하면서 점점 빨라진다. '드르르륵'의 변형된 형태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는 페달을 떼고 모든 음이 명확하게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앞부분에서 손이 바빠 정신이 없던 나머지 페달을 떼는 것을 잊어버렸고, 음이 상당히 뭉쳐서 들려서 아쉬웠다.

파란색 음들이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노란색 부분은 앞의 2분음표-4분음표 조합이 다시 나와서 실제로 연주할 때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물론 마지막 4분음표는 작게 해야 하는데 잘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간다. 

내려간다 꽉 잡아!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앞부분에서 등장했던 음 구성인데 한 옥타브 더 밑으로 내려간 것뿐이어서 생각보다 할만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2분음표-4분음표 조합이라 재밌다.

왼손에 marc. (marcato) 지시가 붙어있는데, 오른손이 워낙 바빠서 왼손을 한 음씩 강조해서 표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piu mosso 가 한 번 더 나와서 더욱 빨라진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2분음표-4분음표 조합이 반복되고, 스타카토가 나오는데 여기도 깔끔하게 잘 들리게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마지막 화음들은 진짜 온 마음을 다해 눌렀다. 마지막 D♭ 화음 3개는 페달을 계속 밟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진짜 가슴이 울리고, 끝 음을 누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특별히 끝 음은 정확하게 누르기 위해 엄청 신경을 많이 썼다. 둘 중 하나에만 신경 쓰면 신경 안 쓴 나머지 하나는 도약을 덜 해서 잘못짚는다. ㅋㅋㅋㅋ 


돌아보니 진짜 대곡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곡인 것 같다... 신경 쓸 부분도 많고, 테크닉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너무 많았다. 연주회 한다고 악보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고, 반복이 많았음에도 외우기가 힘든 부분이 있어 출퇴근하며 아이패드로 악보를 보고 있기도 하고, 나름 표현을 더욱 하기 위해 공부도 했는데, 긴장해버려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힘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느 한 부분 버릴 것 없이 곡 자체는 전부 마음에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이라이트!) 끝까지 해냈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 (이제 나 자신의 연주만 마음에 들면 되는데 이건 언제쯤?)

또 연습하면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곡 치고 다시 돌아오거나 하루 정도 쉬고 다시 해보면 잘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른 곡이 체르니 40 연습곡이라 그런 것일 수도...) 그리고 천천히 연습하라는 수많은 피아노 선생님들의 말씀을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템포는 나중에 높여도 된다.

연주 영상이 중간에 끊기는 바람에, 촬영을 다시 할 예정이다. 따라서 곡을 더 다듬을 예정이긴 한데, 한 번 칠 때마다 10분씩 지나가는 것이 좀 무섭다...

다음번 연주도 유익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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