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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s

멋진 신세계

by zxcvber 2020. 1. 20.

이미지 출처: YES24

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읽는 도중에 한번 책이 물에 젖는 바람에, 다 읽는데 2주씩이나 걸렸다.

사실 중학생 시절에 한 번 읽었었다. 그런데 그땐 너무 어려서 정말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다시 꺼내서 읽게 되었다.

그동안 독해력이 향상되어서 그런지 옛날에 비해 이해가 굉장히 잘 됐다.

초반에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에서 미래 세계에서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보카노프스키 법 등)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업 용품을 넘어 인간을 대량 생산한다. 당연히 가족의 개념은 없고, 부모도 없다. 인간 사회가 극도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서 극도록 최적화를 한다면, 정말 이러한 삶의 양식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물론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상관없지 않은가? 이 사회에는 국가가 허용하는 마약, 소마가 있다.

소마는 먹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고, 술과 달리 숙취도 없어 다음 날에 일상생활로 편안하게 복귀까지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마약이다. 사람들이 소마를 이용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모든 욕구의 통제 (혹은 이외의 욕구들은 철저히 통제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 

작품의 (페이크) 주인공 버나드 마르크스는 레니나를 데리고 야만인 보호구역에 갔다가 린다와 존을 문명 세계로 데려온다. 린다는 소마를 많이 먹다가 결국 사망했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존이 문명 세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한다.

무스타파 총통 앞에 끌려간 세 사람 (버나드, 헬름홀츠, 존)의 대화는 정말 훌륭하다. (16장) 이 대화에서 작품의 주제의식이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극도록 발달한 문명 세계의 실체를 모두 알면서도 총통의 자리에 앉아, 현 체제의 유지와 사회의 안정을 꾀하고 있는 총통이야말로 작품에서 최종 보스를 맡고 있는 듯하다.

존과 총통의 대화 마지막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존: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화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총통: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존: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총통: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긴 침묵)
존: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총통: 마음대로 하게.

(이 와중에 총통은 마음대로 하란다. 존은 결국 도망쳤지만, 문명 세계는 그에게 고독을 허락하지 않았고, 존은 결국 목을 매달아 죽고 만다...)

인간적 가치와 기계 문명이 대립한다. 이 대화에서는 양자택일이 강요된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나머지 한쪽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으로부터 둘 중에 무엇을 택하더라도 행복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인문 서적 좀 찾아 읽어야 한다)

읽다 보면 "나도 소마 하나 체험해보고 싶다!"와 같이 이 문명사회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사실 헉슬리는 이 부분을 제일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디까지나 지금 내가 인간 사회에 살아서 그렇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저 사회에서 태어나 조건반사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면, 아무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잘 살았을 것이다.)

헉슬리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과학 문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위험을 잘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헉슬리가 걱정했던 부분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과학 기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과학 기술의 지배를 받는 시대가 정말 올 것 같다. 당장 컴퓨터나 스마트폰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상상해 보자. 불편해진다. 그만큼 기술은 우리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시간이 더 지나면 주객 전도가 일어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삶이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 발전 속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품에서는 과거의 것들을 추잡한 것들이라고 금지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까.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조지 오웰의 1984를 찾아 읽을 것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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